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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아들의 편지

by 아드레맘 2021.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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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주세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 아이들은 한달이 넘게 집에만 갇혀있는 중입니다. 7월 방학 1주일전부터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로 인해서 큰아이들의 방학은 일찍 시작했고, 어린이집에 다니던 두 아이도 강제 방학에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등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8월이 되면서 초등학교는 개학 했지만, 아직 4단계 유지중이라 11살 첫째는 학교수업이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1학년인 둘째 아이만 등원을 하고 있습니다. 4단계로 인해 어린이집도 긴급보육중이라 4살 2살아이도 아직 등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과 24시간 있게 되면서 저도 계획했던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생활이 이어져 가니 아이도 저도 모두 지쳐가는 중입니다.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지지 아이들에게 화도 많이 내게 되고 예민해지는걸 저 자신도 느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이들을 재운 후에는 내일은 아이들에게 화내지 말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지만,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이 울고 떼쓰고 큰아이 수업하는거 봐주고 하면 원래 계획했던 상황은 다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저도 그냥 다 포기하게 되는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 눈에도 엄마가 많이 지쳐보이고 힘들어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큰 아이가 아이들을 봐줄때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뜨끔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많이 힘드냐고도 많이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항상 힘들지 않고 괜찮다고 말로는 하지만 아이눈에는 저의 힘듦이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온라인 수업에 만들었다면서 종이하나를 건넸습니다. 그건 요즘 핫한 인스타그램을 모방한 방학스타그램이라고 수업시간에 만든거였습니다. 방학동안 어떤게 제일 재미있었는지 무슨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꾸며 책으로 만드는 북아트였습니다. 우리 아이는 방학동안 제일 재미있던 일로 퀵보드 탄걸 꼽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영장 한번 바다 한번도 못가보고 제대로된 휴가도 못간 아이가 안쓰러웠습니다.) 퀵보드를 타고 놀았던걸 가장 재미있었다 말하고 못하던 기술(?)을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며 활짝 웃고 있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장에 편지를 쓰는 부분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은 엄마인 저에게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몇 줄 안되는 짤막한 편지였지만, 그 편지를 읽고 머리를 한대 쿵 맞은거처럼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아이에게 티내지 않으려 했는데 이 아이는 다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이 글을 보고 글씨는 왜이렇게 삐뚤게 썼냐, 맞춤법은 이게 모냐며 잔소리를 엄청했을텐데 (아예 안한건 아니고 평소보다 살짝했습니다.) 이 짧은글에 처음에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11살 아이가 엄마에게 잘 버텨달라는 말을 쓸 수 있는건가...? 내가 그렇게 위태위태해 보였었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거 같아 더 말문이 막혔던거 같습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힘든티를 내지 말아야지 매일 수천번 다짐했지만 아이들눈에는 내가 버티는걸로 보여진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를 불러 물어보았습니다. 엄마가 지금처럼 버텨주는게 무슨 의미인지... 그러자 아이는 엄마가 그냥 집에서 우리랑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거처럼 큰 의미를 둔 버팀까지는 아니여 한편으론 다행이었지만, 요즘 코로나로 집 가게사정이 안좋아 일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이는 싫었던거 같습니다. 엄마가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우리랑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버티고 있었으면 한다는 말은 그런 의미였던거 같습니다. 아이들앞에서 너무 돈돈 거린건 아니였나라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돈으로 인해 아빠와 엄마가 심각한얘기도 많이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아이들 눈에 보였을것이고, 그래서 엄마가 일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거 같습니다. 첫째는 아마 온라인 수업중이라 학교도 안가는데 엄마가 없으면 나와 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을 많이 한거 같습니다. 본인이 동생들까지 다 돌봐야하는건가 라는 부담감이 많았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가게 되면 동생들은 어린이집 갈거니 걱정하지 말라 해주니 그때서야 안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했습니다. 작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감을 준 거 같아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엄마가 지금보다 더 씩씩하게 잘 버티겠다 약속했습니다. 언제나 내편인 우리 아이들이 있어 제가 다시 한번 힘을 내 열심히 살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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