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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아드님 진지 드세요

by 아드레맘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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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수의 꼬리없는 말

범수는 부모님과 누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입니다. 아침밥 준비를 마친 엄마는 늦잠을 자는 범수를 깨웠습니다. 범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벽으로 돌아누웠습니다. 엄마와 십 분이나 실랑이 한끝에 범수는 겨우 일어났습니다. 범수는 좋아하는 민지와 즐겁게 노는 꿈을 꾸던 중에 엄마가 깨워 민지의 웃음을 얼마 못 봐서 너무 속상했습니다. 엄마가 꿀밤을 살짝 때리자, 범수는 더 약이 올랐습니다.  아침부터 범수의 목소리가 커지자 출근 준비를 하던 아빠도 범수를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말에 범수는 하품을 쩍쩍하며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아빠는 범수에게 한마디 더 하려다 할머니가 나오시는 소리에 꾹 참았습니다. 할머니는 범수에게 토끼 같은 우리 손자가 왜 말은 사자같이 사납게 하냐며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하지만 범수는 토끼 같다는 할머니 말이 너무 싫었습니다.  할머니에게까지 말을 함부로 하는 범수의 말에 아빠가 참지 못하고 따끔하게 한소리 했습니다. 아빠의 말소리가 무서워 범수는 아무 대꾸를 하지 못했지만 속에서는 부글부글 신경질이 났습니다. 벌써 등원 준비를 마친 누나가 범수에게 "메롱" 하며 혀를 내밀자 범수의 입에서는 또 꼬리 없는 말이 튀어 나갔습니다. 엄마에게 등을 한 대 맞은 다음에야 범수는 씻으러 화장실로 갔습니다. 범수는 어른들이 다 거짓말쟁이 같았습니다. 어린이라고 잘해줄 땐 언제고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느니 무조건 높임말을 써야 한다느니 야단을 치니 말입니다. 화장실에서 나온 범수는 식탁에 앉았습니다. 아침이라 입맛도 없고 꾸중까지 잔뜩 들은 후라 기분도 나쁜데 수북이 쌓인 밥을 보고 다시 짜증이 확 났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동시에 범수를 노려보았습니다. 아직 할머니도 아빠도 식사중이었지만 범수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엄마가 범수를 다시 앉히려 했지만, 잽싸게 부엌을 빠져나왔습니다. 아침부터 꾸중을 많이 들은 탓에 몸도 마음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범수는 반말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반말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범수를 우러러보는 거 같아 우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때는 마음과 다르게 퉁명하게 나갈 때도 있고, 민지에게까지도 말이 차갑게 나가는 바람에 얼굴이 빨개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한 범수에게 선생님께서는 어제 청소 당번인 범수가 청소도구를 정리하지 않은거에 대해 물으셨고범수의 대답에 선생님은 가만히 범수를 보았습니다. 범수는 뜨끔해서 정리하는 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정리를 안 한 거 때문에 쳐다본 게 아니라 범수의 반말 때문에 쳐다본 거였습니다. 범수는 선생님에게까지 반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꼬리 없는 말이 튀어나와버렸습니다. 

부모님의 존댓말

집에서는 엄마가 꼼짝도 안 하고 식탁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범수를 지금처럼 놔둘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에게나 거친 말을 내뱉고 반말을 하는 예의 없는 아들로는 키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을 해도 고치지 않는 범수를 보며 할머니와 특별한 방법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학교를 마친 범수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범수는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집어던지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엄마가 학교 다녀오시느라 힘드셨지요 라며 존댓말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라면 인사부터 안한 다고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었을 범수인데 엄마의 태도가 낯설어 범수는 엄마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럴수록 엄마는 더 상냥하게 물드세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물 많이 넣어드릴게요 라며 쟁반에 곱게 물을 받쳐 들고 범수에게 전했습니다. 엄마의 낯선 행동으로 기분이 얼떨떨했지만, 컵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엄마는 범수의 컵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었고, 그때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가방은 제가 정리할게요라며 범수가 던져놓은 가방을 낑낑거리며 정리하셨습니다. 할머니와 엄마의 낯선 행동과 말투에 범수는 엄마와 할머니가 장난치는 거 같아 번갈아 보며 표정을 살폈지만 두 분의 표정이 진지해서 장난인 거 같지 않았습니다. 범수는 엄마와 할머니가 이상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와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범수의 가방을 방에 정리하러 가셨고 엄마는 범수 옆에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서 있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범수가 버릇없이 굴면 꾸중을 하던 엄마였는데 오늘은 엄마가 범수를 왕자처럼 떠받들어 주셨습니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왕자가 된 거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아마도 어른들은 이런 기분 때문에 높임말을 받고 싶어 하는거 같았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 엄마의 높임말을 받기로 범수는 생각했습니다. 범수는 배고픔이 몰려와 냉장고 문을 열었는지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엄마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장바구니를 챙겼습니다. 엄마는 범수에게 함께 마트에 가자 하셨고 범수는 아무리 졸라도 잘 안 사주는 엄마가 다 사준다고 하니 기회는 이때 다 싶어 바로 따라나섰습니다.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마트로 가는 범수의 발걸음이 하늘에 닿을 듯 너무 가벼웠습니다. 

반말 왕자님 범수

엄마의 높임말은 마트 안에서도 계속 이어졌고 범수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계속 엄마한테 말을 걸었습니다.엄마랑 범수의 대화를 듣고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 거렸습니다. 아마 사람들도 범수가 왕자님인 줄 알고 쳐다보는 거 같았습니다. 범수는 저절로 어깨가 으쓱거렸고 이 모습을 친구들에게 좀 보여주고 싶은데 아쉽게도 마트에는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웬 할머니가 지나가다 이 모습을 보고 다가오셨습니다. 범수의 할머니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셨습니다. 할머니는 아들이냐 물으셨고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는데 할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라가 망하려고 그런다며 아이가 반말하고 엄마가 존댓말하는거에 꾸중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엄마는 할머니께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했지만 할머니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고개도 못 들고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범수는 할머니에게 화가 났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범수를 보며 호통을 치셨고 엄마는 더욱 허리를 숙여 할머니께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셨습니다.

엄마는 이후에도 범수에게 계속 높임말을 사용하셨고 마트 안 사람들은 엄마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거 같았습니다. 기분이 상한 범수는 먼저 마트를 나와버렸습니다. 엄마가 높임말을 쓰면 기분이 계속 좋아야 하는데 갈수록 기분이 점점 엉망이 되어갔습니다. 

하녀 엄마, 왕자 범수

집에 돌아온 범수는 엄마가 만들어준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할머니와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범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누나가 떡볶이를 보며 나도 먹는다 말했고 엄마는 손 씻고 오라 하였습니다. 대답과 함께 누나는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갔습니다. 범수는 엄마가 높임말을 쓰지 않는 누나가 갑자기 부러워졌습니다. 범수는 엄마가 범수한테도 반말로 얘기하길 바랐지만 엄마는 웃으며 한마디로 거절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누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범수를 바라보다 곧 눈치챘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누나의 웃음과 놀림에 범수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세 시가 가까워져가고 있었습니다. 태권도장에 가려고 범수가 일어나자 엄마도 범수를 따라나섰습니다.  태권도장에 도착한 범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오면 온갖 참견을 하는데 범수에게는 말 거는 거조차 꺼려했습니다. 엄마의 인사하는 모습에 사범님은 얼떨떨한 모습으로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사범님은 처음 보는 엄마의 말투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셨습니다. 범수는 엄마가 창피해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범수 얼굴은 빨개졌습니다. 아이들이 놀리는 소리에 범수는 발끈했습니다. 범수의 목이 콱 메었고, 눈물도 막 쏟아졌습니다. 엄마가 범수에게 높임말을 써주면 범수가 왕자님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하녀가 돼버린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하녀이면 범수는 왕자가 아니라 하녀의 아들이 되는 거였습니다. 너무 속상한 범수는 태권도장을 뛰쳐나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골목에 있는 건 모조리 발로 차며 가고 있는 범수를 본 할머니가 꾸중을 하자 화가 난 범수는 할머니께 반말로 대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옆에서 민지의 목소리가 들리며, 민지의 할머니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민지는 할머니께 저런 아이랑은 상대하지 말라며, 본인도 모르는 아니라며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집으로 온 범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할머니와 엄마에게 사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더는 엄마와 할머니의 높임말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높임말을 들을 때마다 몸에 가시가 박히는 거 같아 한마디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놀라서 범수의 몸을 살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엄마는 눈도 깜박 안 하고 범수를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범수는 엄마의 높임말이 듣기 싫어 고개를 마구 흔들었습니다. 범수의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습니다. 할머니와 엄마는 눈짓을 하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엄마는 범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존댓말을 쓰겠다고 약속하면 반말로 대답하겠다 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엄마와 범수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습니다. 엄마가 해 주는 '아들'이란 말이 너무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도 범수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두드려 줬습니다. 저녁밥을 먹는 내내 범수는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빠나 누나가 묻는 말에 높임말을 쓰며 대답했습니다. 그 후 범수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나가던 강아지에게도, 같은 반 친구에게까지 높임말을 썼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범수에게 다가와 높임말은 범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 사용하는 거라며 친구들에게는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었고, 범수는 그제서야 마음이 뻥 뚫리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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