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밭농사
옛날 어느 마을 작은 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열심히 땅을 일구어 밭을 만들었습니다. 그 땅에 팥을 심어 거름도 주고 물도 주며 정성껏 키웠습니다. 가을이 되자 팥은 맛있게 익어갔습니다. 할머니는 탱글탱글 잘 익은 팥을 가지고 동네 사람들과 팥죽을 쑤어 나눠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잔치를 할 생각에 할머니는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어느 날 검은 그림자가 할머니 집을 찾아와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바로 팥죽 호랑이였습니다. 호랑이는 팥죽을 만들어 아무도 주지 말고 나한테 다 달라며 안 주면 할머니는 잡아먹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너무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를 확인한 호랑이는 산으로 휙 하고 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주저앉아 열심히 농사 진 팥을 호랑이한테 다 뺏긴다며 밭에서 밭은 거두며 펑펑 울었습니다. 거두어 온 팥을 가마솥에 삶으면서도 너무 분한 할머니는 눈이 계속 났습니다. 가마솥에서 다 삶은 팥을 걸러내며 또 울었습니다. 분한 할머니는 동그랗게 새알심을 만들면서도 계속 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보글보글 팥죽은 할머니 마음도 모르고 맛있게 끓여지고 있었습니다. 아주 딱 맞게 간도 잘되고 걸쭉한 팥죽이 완성되었습니다. 맛있게 완성된 팥죽을 보고 있으니 할머니는 더 분하고 슬퍼서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할머니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울면서 팥죽을 젓고 또 저었습니다. 그때 밤톨 하나가 어디선가 또르르 굴러오더니 할머니에게 왜 우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는 밤톨에게 호랑이가 이 맛있는 팥죽을 다 주지 않으면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다며 울었습니다. 모든 얘기를 들은 밤톨이는 할머니께 팥죽 한 그릇만 주면 호랑이를 쫓아주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팥죽을 한 그릇을 떠 밤톨이에게 주었고 한 그릇 다 먹은 밤톨이는 아궁이 속으로 굴러들어갔습니다. 쿵쿵! 맷돌이 할머니께 다가오더니 왜 우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는 팥죽을 저으며 몹쓸 호랑이가 팥죽을 다 주지 않으면 나를 잡아먹겠다고 전하며 훌쩍였습니다. 맷돌은 팥죽 한 그릇만 주면 호랑이를 물리쳐 주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맷돌에게 팥죽 한 그릇을 내주었고, 다 먹은 맷돌은 부엌 바닥에 내려 앉았습니다. 그 순간 동아줄이 할머니 옆에 오더니 왜 우냐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훌쩍이시며 몹쓸 호랑이가 이 맛있는 팥죽을 호랑이한테 다 주지 않으면 할머니를 잡아먹는다 했다고 속상해했습니다. 동아줄은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팥죽 한 그릇만 주면 호랑이를 물리쳐주겠다 약속했습니다. 할머니는 팥죽 한 그릇을 떠 주었고 뚝딱 다 먹은 동아줄은 부엌문 옆으로 기어가 숨었습니다. 이번엔 멍석이 굴러오더니 할머니한테 왜 우는지 물었고 할머니는 호랑이가 팥죽을 다 안 주면 잡아먹는다고 한 얘기를 전달했습니다. 멍석은 팥죽 한 그릇 주면 호랑이를 물리쳐 주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팥죽 한 그릇을 내어 주었고 한그릇 뚝딱 다 먹은 멍석은 둘둘둘 몸을 말아 마당으로 나가 누웠습니다. 그 후 지게가 달려왔습니다. 지게도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할머니에게 왜 우는지 물어봤고 할머니는 나쁜 호랑이가 내가 만든 팥죽을 다 주지 않으면 잡아먹겠다고 했다며 슬퍼했습니다.
지게도 할머니께 팥죽 한 그릇만 주면 호랑이를 쫓아주겠다고 약속했고 할머니는 지게에게도 팥죽 한 그릇을 담아 주었습니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지게는 부엌을 나와 마당 귀퉁이에 서 있었습니다. 모든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 숨어 있었고, 할머니도 조용히 몸을 숨겼습니다. 순식간에 집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불도 키지 않고 방 안 귀퉁이에 앉아 있었습니다. 조용한 집에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호랑이는 오자마자 팥죽이 어디 있냐며 할머니에게 물었고 할머니는 부엌에 만들어 놨으니 직접 찾아서 먹으라고 말하였습니다. 호랑이는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부엌 안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두워 팥죽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던 호랑이는 불을 켜기 위해 아궁이에 입김을 불었고, 불자마자 아궁이에서 밤톨이 튀어 올라 호랑이 눈을 때렸습니다. 호랑이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뜨거운 나머지 뒤로 자빠졌고, 자빠지면서 머리를 맷돌에 쾅 부딪혔습니다. 호랑이는 너무 아파 도망가려 부엌문 쪽으로 향했고, 그 순간 문 옆에 있던 동아줄이 몸을 풀어 호랑이를 칭칭 감아버렸습니다. 깜짝 놀란 호랑이는 살려달라며 뛰어다녔고, 마당에 쿵 하고 넘어졌습니다. 그 순간 내 순서가 왔다며 마당에 깔려 있던 멍석이 호랑이를 둘둘 말았고 호랑이는 깜짝 놀라 살려달라 소리쳤습니다. 그때 지게가 달려와 멍석에 말려 있는 호랑이를 등에 지고 강으로 달려갔습니다. 지게는 호랑이를 강물에 던져 버렸습니다. 욕심쟁이 호랑이는 팥죽 한 그릇 먹어보지 못하고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할머니는 그토록 소망하던 마을 사람들과 팥죽 잔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할머니 팥죽이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호랑이의 관점
이 동화는 모든 관점에서 호랑이는 나쁜 동물로만 비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동화는 사물들도 모두 의인화 해놨기 때문에 아마 호랑이도 팥죽이 먹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서상 호랑이는 무서운 동물이고, 피해야 하는 동물로 비쳤기 때문에 아마 꺼려 한다는 걸 안 호랑이도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의 팥죽이 먹고 싶어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마 부탁이란 걸 해본 적 없는 호랑이는 이 방법만이 팥죽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부탁을 하는 방법을 교육받았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나누어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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